잡지에서 읽은 시

慈悲/ 강운자

검지 정숙자 2012. 9. 23. 01:12

 

 

    慈悲

 

    강운자

 

 

  창자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있었다

  파리 떼가 웽웽거리고

  구더기가 썩어가는 몸을 파먹고 있었다

 

  그는 허리에 찬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지만 불발이었다

  다시 하나를 뽑았지만 역시 불발이었다

 

  우리는 그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군한테 손짓으로

  안전핀을 뽑고 6초 후면 던지니까

  이것을 쓰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수류탄을 배 밑에 깔았고

  우리는 더 깊은 밀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예술가』2012-가을호 <이 시인을 묻는다>에서

   *강운자/ 2007『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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