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열아홉이었지 외 1편
수피아
인천에 계신 엄마에게 가려고 고흥에서 고속버스를 탔지
폭설이 내린 도로는
식당에서 엎드려 일하는 엄마의 굽은 허리 같았지. 아마
그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껌처럼 붙어 있는 쥐를 보았지
밀려오는 바퀴들의 참을 수 없는 권위가
무기질을 연달아 밟고 지나갔지
쥐의 꿈을 가볍게 얇게 납작하게 만드는 걸 보았지
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인 나와 어머니
그리고 껌과 자본주의의 나라.
식당에서 돌아오면, 부업으로 밤새워 어머니는
몇 남지 않은 이로 껌을 씹는다고 했지
입 안에 고인 침唾을 한 병 가득 모아
제약 회사에 갖다주면 천 원을 벌 수 있다고 했지. 아마
몇 년 뒤 흔들리는 이를 모두 뽑고
어머니는 야매로 틀니를 끼웠지
그때 모은 침唾은
내 희망으로 환전되었을까
껌은 부르주아 이빨에 씹히고
죽은 쥐는 바퀴에 눌려 납작해지고
살아보려고,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리던
허리에는······ 폭설이 쌓였었지
-전문(p. 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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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잠
썩어가는 나뭇잎처럼 나른한
은유에 누워 잠들었어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아
입산 금지 후 숲에는
오지도, 가지도 않게 된
사람의 길이 사라지고
나무의 길, 꽃의 길, 벌의 길이 생겼어
썩어 가는 나뭇잎이어서 새로 생긴 길이 좋아
오지도, 가지도 못하도록 사라져 버린
길 위에
떠나 버린 당신의 말語이
노란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어
이제 당신과 다른 방식의 언어야, 나는
바람이 몸을 비틀어 깨울 떄까지
은유에 누워 썩어 가는 나뭇잎이거든
-전문(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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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은유의 잠』에서/ 2022. 6. 15. <시작> 펴냄
* 수피아/ 2007년 『시안』 으로 등단, <빈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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