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에서
박경옥
사람들이 바다 위를 걷는다 발자국은 젖지 않고
한낮의 햇살을 사뿐히 끌고 해변으로 향한다
새우등처럼 구부러진 막막한 일상이 뛰쳐나와
푸른 바다에 손을 뻗고 환호한다
주머니에 걸어두었던 웃음이 쌉쌀한 해풍에
잠시 투명해지고 움츠렸던 어깨가 파도를 탄다
벼랑 끝 소나무가 모래바람에 몸을 맡긴 채
갇혀 있던 일들이 내지르는 탄성에 놀라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그네를 탄다
파도에 무늬를 껴안고 화석이 된 사자바위가
사람들의 발아래서 포효를 한다
산다는 것은 기다리다 바위가 되는 건가요?
코와 입을 가린 침묵은 기다림의 화석인가요?
해체되지 못한 두려움을 안고 사람들이 하릴없이
해변의 바위들을 산책하고 돌 틈 사이 소라게를 쫓는다.
무작정 기다리면 그날이 올까요? 무늬 꽃게 한 마리가
모래 속에 온 몸을 적시며 옆걸음으로 숨는다
바다를 다시 걸어 발자국들이 돌아온다
바다 위에 다리를 걸어놓은 최초의 사람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이에게로 이별했던 연인에게로
파도를 품어주는 사자*처럼 버티면서 지키자고
바닷가 횟집에 앉아 오이무침 간재미회에 웃음을 건배한다
둥지 틀던 불안이 우럭매운탕 국물에 알큰하게 녹는다
-전문-
* 무의도 해상탐방교 아래에 있는 사자바위.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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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 2022-여름(64)호 <소시집> 에서
* 박경옥/ 2008년『문파』으로 등단, 수필집『』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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