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에서
이령
줄눈 사이 틈새쯤,
눈 감고 뜨면 저편 풍경이 이편으로 와락 당겨 오는 것
화색이 돌던 발랄한 생의 문답들
줄지어 이앙된
허튼모 수놓은 삶의 식상을 생각하다가
무논 같은 생, 덧낀 마음
각 잡힌 풍경에 저벅저벅 걸어보는 것이다
"이 배미 저 배미 다 심었으니 장구배미로 넘어가세 어라디야 어라디야"*
두서없이 옮겨가며 심고 뽑았던
내 생의 무수한 못자리를 생각하다가
끝끝내 분얼分蘖된 결심을 결심하다가
뽑고 다시 심어야 무릇 생기를
얻나 보다, 정의란,
피차 못자리 이쪽과 저쪽의 간극쯤.
장구배미로 넘어가는 그림과 그림자, 딱 그만큼의
시간을 허리 굽혀 파종하는 것
"어라디야 저라디야 상사로세"*
이 배미에서 저 배미까지
잠깐 왔다 사라지는 그림자를 저도 안다는 듯
억머구리 울음 우거진 유월의 들판에
생각의 그림자마저 늘어져 정오의 그림이 된다
-전문-
* 모심기 노래 일부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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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1-07월(02)호 <시-움>에서
* 이령/ 2013년『시를사랑하는사람들』로 등단, 시집『시인하다』『삼국유사 대서사시 사랑편』, 스토리텔링『울진대왕소나무발화법』, 3인 공동저서『Beautiful in Gyeongju2020-문두루비법을 찾아서』, 평한중시인합동시집『망각을 거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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