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무논에서/ 이령

검지 정숙자 2022. 6. 5. 02:21

 

    무논에서

 

    이령

 

 

  줄눈 사이 틈새쯤,

  눈 감고 뜨면 저편 풍경이 이편으로 와락 당겨 오는 것

 

  화색이 돌던 발랄한 생의 문답들

  줄지어 이앙된

  허튼모 수놓은 삶의 식상을 생각하다가

  무논 같은 생, 덧낀 마음

  각 잡힌 풍경에 저벅저벅 걸어보는 것이다

 

  "이 배미 저 배미 다 심었으니 장구배미로 넘어가세 어라디야 어라디야"*

 

  두서없이 옮겨가며 심고 뽑았던

  내 생의 무수한 못자리를 생각하다가

  끝끝내 분얼分蘖된 결심을 결심하다가

  뽑고 다시 심어야 무릇 생기를

  얻나 보다, 정의란,

  피차 못자리 이쪽과 저쪽의 간극쯤.

  장구배미로 넘어가는 그림과 그림자, 딱 그만큼의

  시간을 허리 굽혀 파종하는 것

 

  "어라디야 저라디야 상사로세"*

 

  이 배미에서 저 배미까지

  잠깐 왔다 사라지는 그림자를 저도 안다는 듯

  억머구리 울음 우거진 유월의 들판에

  생각의 그림자마저 늘어져 정오의 그림이 된다

     -전문-

 

   * 모심기 노래 일부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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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1-07월(02)호 <시-움>에서

  * 이령/ 2013년『시를사랑하는사람들』로 등단, 시집『시인하다』『삼국유사 대서사시 사랑편』, 스토리텔링『울진대왕소나무발화법』, 3인 공동저서『Beautiful in Gyeongju2020-문두루비법을 찾아서』, 평한중시인합동시집『망각을 거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