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비 숲/ 길상호

검지 정숙자 2022. 5. 26. 02:01

 

    나비 숲

 

    길상호

 

 

  학교를 마치고 나면 아이는

  나비채를 들고 숲으로 간다네

 

  축축한 이파리 너울너울 뛰어넘다가

  어제는 없던 무늬가 발등에 피어난다네

 

  노랑나비는 모자로 쓰고

  파랑나비는 가방으로 메고

  초록 나비는 티셔츠로 입고

 

  반티무릉, 슬픔을 없애주는 곳

  색색의 날개가 상처를 덮어주는 곳

 

  신은 썩은 나무 둥치에 앉아

  종일 나비를 그려대느라 팔목이 아프고

 

  그늘과 햇빛의 양 날개를 편 채

  조금씩 저녁 쪽으로 이동하는 숲

 

  아이는 이곳에서 잠시

  등에 꽂힌 핀을 빼낼 수 있다네

     -『다시올』 2022-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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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브렐라Umbrella』 2022 · 봄-여름(3)호 <정예 시인 19인/ 근작시>에서

  * 길상호/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외 4권, 에세이집 『겨울 가고 나면 고양이』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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