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는 구관조가 없다
이충재
24시 초침을 따라서
정신병원으로 난 길을 나서는
사내 앞에서
시그널이 되어 알림을 주는 가여운 인문학자
그와 막걸리 한잔 기울인다
찰랑거리는 막걸리잔 속으로
홍해를 잇는 숲이 열리고
얄궂은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는
길을 향해서 가벼운 여장을 꾸린다
어디쯤에서야 이정표를 만날 수 있을까
이별식장의 테이프를 끊을 듯한데
자꾸만 영혼의 피를 보려는 이들의 숨은 행렬
그들의 묘비명을 위한
인문학자의 고뇌가 깊다
밥되 되지 않는데 고뇌의 숲에서 노동이 한창이다
가중한 완벽주의자
거짓의 시건장치로 굳게 닫아 잠근
그들의 문 앞에는
더 이상 구관조는 노래하지 않고
문명의 세기가 내린 헛맹세만 나래 위에 젖는다
--------------
* 『가온문학』 2021-겨울(30)호 <초대시>에서
* 이충재/ 강원 횡성 출생, 『문학과의식』으로 시 부문 & 『월간 See』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사람 섬에서 살며』 외 10권, 산문집『가정의 건축가인 아버지의 영성회복』외 2권, 수필집『책의 숲 속에서 멘토를 만나다. 』, 칼럼집『달은 어디에 있나 1. 2』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자/ 김남호 (0) | 2022.05.24 |
|---|---|
| 벽이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 최경은 (0) | 2022.05.23 |
| 유물/ 이난희 (0) | 2022.05.20 |
| 동봉_취급주의/ 육호수 (0) | 2022.05.20 |
| 빈방/ 이해존 (0) | 2022.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