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지 않는 거울
문성해
빗방울들 손과 손을 맞잡고 질펀하게 누워 있다
검은 거울을 만들고 있다
증명이라도 하듯
이 거리의 모든 것을 비춘다
그 속에 먹구름이 지나가고 웅성거리며 가로수들이 서있다
어깨를 접은 건물도 웅크리고 있다
개미들이 서울을 벗어나기 위해 사투 중이다
거울 한복판에서 죽은 세포를 발견하게 될 때의 경악!
사람들은 오래 그곳을떠나지 못하고 붙들리게 된다
깨지는 일만이 유일한 목표인 듯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거울은 얼굴을 흩뜨리며 깨지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튀어나간 물 파편들은 또다른 거울을 만들 뿐,
목제거울이 판치는 거리를
여자들이 짧은 치마를 움켜잡은 채 재빠르게 귀가하고 있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움푹움푹 골이 패이는 거울
깨질 듯 끝내 깨지지는 못하고
사람들 얼굴에도 들러붙어
번질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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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편견』 2021-가을(19)호 <시인이 추천한 시 한 편/ 문성해 시인의 시 한 편_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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