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김준현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한쪽이 텅 빌 때까지
쏟아지는 모래가 혼잣말만큼 많았다 머리가 텅텅 빈
느낌이 좋아
그것은 0의 상태
0은 인도에서 발견한 개념이다
좋은 나라에서 발견했구나, 외계인의 비행체를
몰랐니? 그거 수백만 광년 전의
세상에서 왔어
거기에는 죽은 사람들도 살지 몇 년 전에 다녀왔어
말은 안 통하는데
피가 통했어
입술을 훔친다는 말도
외계인이 만들었지 붉은 부위에 대한 애호
화火가 난다는 말도 그래
그들에게 지구는 무인도였거든 어디서 불을 구해
작은 일로도 화가 난다면
소심한 게 아냐
살기가 쉬운 거지
어떻게든 살 사람 어떻게든 살아갈 사람
태양이 전부인 나라를 세우자고
굳게 다짐했지, 굳게 쉰 떡처럼 단단하게 굳게
마음을 먹었어
그래, 많이 먹어서 맛없지 이제
모래가 다 떨어졌어
내려가는 일이 전부였는데
지구에서 사는 거 괜찮아? 이제 승천昇天을
발이 적당히 떠 있어도 좋아
머리로 피가 몰려도 좋아
뒤집어
혁명이 아니어도 좋아
몇 분 걸리지 않아
사랑도 영혼도 다 좋습니다
높은 데로 올라가면
다시 지구로 새는 내 영혼의 일부를
사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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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4월(388)호 <신작특집>에서
* 김준연/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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