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역곡천*에서/ 곽효환

검지 정숙자 2022. 5. 5. 19:29

 

    역곡천*에서 

 

    곽효환

 

 

  북에서 남으로 다시 남에서 북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흐르는 여름 강을 본다

 

  오랫동안 발길이 닿지 않아서일까

  녹슨 철조망 너머 흐르는 물길 따라

  그늘 없는 잡목만 무성하다

  꺼병이 여럿 거느린 까투리 종종걸음치고

  고라니 한 마리 멈칫하다 후다닥 달아난

  고요하고 적막한 인적 끊긴 들녘

  바람결에 여름꽃 내음 분분하다

 

  눈 감으니 천렵 소리로 강변이 소란하다

 

  작살 던지고 족대 들이고 투망 던지는

  한편에서는 솥을 걸고 불을 피운다

  탁족하고 물장구치고 두꺼비집 짓다가

  볕 잘 드는 너럭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얼굴이 까만 아이들

  젖은 옷가지 말리며 앉아 재잘거리는데

  뉘엿뉘엿 여름 해가 기운다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 오르면

  하나둘 집으로 향하던

  마을이 강가 어디쯤 있었을 텐데

  이 강물 따라 그 시절로 흘러가고 싶다

     -전문-

 

    * 휴전선 비무장지대 내부를 흐르는 임진강의 지류

 

     -------------

   * 『한국시인』 2022-3월(2)호 <신작시> 에서

   * 곽효환/ 1996년 ⟪세계일보⟫ 「벽화 속의 고양이 3」, 2002년『시평』에 「수락산」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너는』 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짐승의 시간/ 류미야  (0) 2022.05.06
로드킬/ 하린  (0) 2022.05.05
빈 의자/ 정호승  (0) 2022.05.05
뻐꾸기/ 문효치  (0) 2022.05.05
숭고한 일/ 피재현  (0) 2022.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