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역광/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9. 10. 03:03

 

 

    역광

 

     정숙자

 

 

  친절이라는 거

  그거 하나

  빼면 온전하다

 

  이제부터 다른 거 집어치우고

  거기 주력해야겠다

  친절 중에서도 딴 친절

  다 놔두고

  연분홍 꽃분홍 내버려야겠다

 

  나눠가진 분홍들

  낯선 작살로 돌아오는 밤

  내일은 무기상에 들러

  탱크 한 대 사와야겠다

                              밀어버려야겠다

 

  극한상황에서도 심고 가꿨던

  분홍 분홍 분홍 분홍            아으    

 

    *    *

 

  (그리고 열 시간 후, 느릿느릿 산책하며 책을 읽는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넋 하나를 얻는다.” -백

석「허준」

  “결국 이 세상에서의 삶이란 영혼의 승화를 위한 ‘나들

이’이며, 만일 그렇게 승화된 ‘넋’ 하나를 얻게 된다면 그

것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신범순,

『노래의 상상계』,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 p.800.)

 

  블랙홀 근처에 버린 분홍들

  머뭇머뭇 되돌아온다

    아으   탱크 구입, 유보

  독서는 : 독이다

    -『시와 표현』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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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