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
정숙자
친절이라는 거
그거 하나
빼면 온전하다
이제부터 다른 거 집어치우고
거기 주력해야겠다
친절 중에서도 딴 친절
다 놔두고
연분홍 꽃분홍 내버려야겠다
나눠가진 분홍들
낯선 작살로 돌아오는 밤
내일은 무기상에 들러
탱크 한 대 사와야겠다
밀어버려야겠다
극한상황에서도 심고 가꿨던
분홍 분홍 분홍 분홍 아으
* *
(그리고 열 시간 후, 느릿느릿 산책하며 책을 읽는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넋 하나를 얻는다.” -백
석「허준」
“결국 이 세상에서의 삶이란 영혼의 승화를 위한 ‘나들
이’이며, 만일 그렇게 승화된 ‘넋’ 하나를 얻게 된다면 그
것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신범순,
『노래의 상상계』,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 p.800.)
블랙홀 근처에 버린 분홍들
머뭇머뭇 되돌아온다
아으 탱크 구입, 유보
독서는 : 독이다
-『시와 표현』2012-가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단 이것을 나비라고 부른다/ 정숙자 (0) | 2013.09.11 |
---|---|
젖었으므로 빛난다/ 정숙자 (0) | 2013.05.11 |
악마의 바늘/ 정숙자 (0) | 2012.07.11 |
태양의 하트/ 정숙자 (0) | 2012.07.11 |
관, 이후/ 정숙자 (0) | 2012.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