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악마의 바늘/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7. 11. 17:20

 

 

    악마의 바늘

 

     정숙자

 

 

  총알이 나를 뚫고 지나가네

 

  내 몸에선 피 한 방울 나지 않네

 

  어떤 멍울도 흉터도 없어 의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네

 

  나는 훨씬 먼 곳에 와 있네

 

  총알은 너무 먼 곳에서 날아왔기에 닳아버린 것이라네

 

  총알이란 예전엔 흉기였지만 이제 한갓 기호일 뿐이라네

 

  얼마나 힘들여 조준했을 것인가

 

  그러나 나는 영 총알하고는 셈이 맞지 않는 곳에 와 있네

 

  이 총알이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도 없네

 

  그렇지만 총알인 것만은 확실하네

 

  옛날 옛날에 봤던 기억이 있네

    -『현대시』2012-7월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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