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
이수익
불굴의 투지로서 어깨를 부딪치며 거듭 전진해가던
그런
한때가 있었다
얼음 같은 광기와 저주, 질풍 또는
노조에 휘말리면서
끓어오르던 열기와 욕망을 가득 품고 미칠 듯이
헤매던 젊은 시절, 우리들의 낭만이 거기 있었다
그 사이를
웃고 떠들며 마음껏 소리치며 절망에 빠져서 흐느끼던
그런
한때가 있었다
뜨거운 침묵과 차가운 소란 속을 헤매며 격정적으로
토론하던 그때 그 시절,
우리들의 불행 우리들의 사랑은 거기 있었다
생각하면 다 지나간 일···
무섭도록, 무섭도록
그리울 뿐이다
-전문, 『딩아돌하』 2021-겨울호
▶내일을 꿈꾸는 방식_(발췌)_이병국/ 시인, 문학평론가
젊은 시절의 화자는 선명한 윤리로 격정적으로 저항했을 것이며 그것이 삶의 당위였을 테다. "우리들의 불행 우리들의 사랑이 거기 있었다"고 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단지 그 시절을 낭만으로 전락케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가시적 권력의 분명한 억압을 향한 거침없는 저항의 시기를 거친 화자는 지금 무기력해 보인다. 화자는 "생각하면 다 지나간 일···"이라고 읊조린다. 화자가 끝맺지 못한 문장과 "무섭도록, 무섭도록" 그립다고 하는 데에서 현재의 결핍을 상기시킨다. "한때"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 시절을 지금 여기로 옮겨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결핍된 존재의 무기력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정서적 울림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화자를 둘러싼 세계에 여전한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 읽을 수도 있겠다. 혁명을 꿈꿨으나 그것을 온전하게 이루어내지 못한 상황, 변화는 분명히 존재하나 그것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오늘. "웃고 떠들며 마음껏 소리치며 절망에 빠져서 흐느끼던/ 그런/ 한때"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것을 오늘로 가져와 다시금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때임을 감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p. 시 234/ 론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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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2-봄(62)호 <시계간평> 에서
* 이병국/ 인천 강화 출생, 2013년 ⟪동아일보⟫로 시 부문 &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이곳의 안녕』『내일은 어디쯤인가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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