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통곡의 벽* 앞에서/ 오세영

검지 정숙자 2022. 4. 23. 13:14

 

    통곡의 벽* 앞에서

 

    오세영

 

 

  예루살렘,

  그대는 신의 땅이냐.

  그렇다면 어찌 이곳에서 수 천 년간

  끊이지 않는 살육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이냐.

  예루살렘,

  그대는 사탄의 땅이냐.

  그렇다면 어찌 그곳에서 신의 아들이

  태어나셨다는 것이냐.

  이 세상은 밤 낮이 하루,

  죽음과 삶이 한 생인데

  하늘나라도 신과 사탄이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냐.

  예루살렘,

  예루살렘,

  내 오늘 통곡의 벽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하나니

  악이 곧 선이고 선이 곧 악인 이곳에

  당신의 의로우신 나라는 언제

  강림하신다는 것이냐.

  예루살렘!

  이 지상 그 어느 곳보다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땅,

  그 가로막힌 절벽에 기대서서

  하늘을 우러러 나 슬피

  통곡하나니.

     -전문-

 

  * 통곡의 벽(Wailing) : 예루살렘 성전聖殿은 일찍이 솔로몬(Solomon) 왕이 창건했으나 후에 바빌로니아 등 외세의 침공으로 소실되었다. 그 뒤 헤로데스(Herodes) 왕이 재건했지만 서기 70년경 또다시 로마의 티투스(Titus) 황제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이때 유일하게 남은 것이 성전의 일부 '서쪽 벽(Westem Wall), 일명 통곡의 벽(Waiaing)'이다. '통곡의 벽'이라는 명칭은 유대인들이 이 성벽 앞에 모여 성전의 파괴를 슬퍼한 데서 유래한다.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소망을 적은 종잇조각을 접어 이 벽의 갈라진 틈에 밀어 넣고 기도를 하거나 토라를 외우는 관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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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가을(84)호 <특별 연재/ 오세영 신작시/ 최종회>에서

  오세영/ 196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의 저쪽』『바람의 그림자』등, 저서『시론』『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