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앞에서
오세영
예루살렘,
그대는 신의 땅이냐.
그렇다면 어찌 이곳에서 수 천 년간
끊이지 않는 살육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이냐.
예루살렘,
그대는 사탄의 땅이냐.
그렇다면 어찌 그곳에서 신의 아들이
태어나셨다는 것이냐.
이 세상은 밤 낮이 하루,
죽음과 삶이 한 생인데
하늘나라도 신神과 사탄이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냐.
예루살렘,
예루살렘,
내 오늘 통곡의 벽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하나니
악이 곧 선이고 선이 곧 악인 이곳에
당신의 의로우신 나라는 언제
강림하신다는 것이냐.
예루살렘!
이 지상 그 어느 곳보다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땅,
그 가로막힌 절벽에 기대서서
하늘을 우러러 나 슬피
통곡하나니.
-전문-
* 통곡의 벽(Wailing) : 예루살렘 성전聖殿은 일찍이 솔로몬(Solomon) 왕이 창건했으나 후에 바빌로니아 등 외세의 침공으로 소실되었다. 그 뒤 헤로데스(Herodes) 왕이 재건했지만 서기 70년경 또다시 로마의 티투스(Titus) 황제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이때 유일하게 남은 것이 성전의 일부 '서쪽 벽(Westem Wall), 일명 통곡의 벽(Waiaing)'이다. '통곡의 벽'이라는 명칭은 유대인들이 이 성벽 앞에 모여 성전의 파괴를 슬퍼한 데서 유래한다.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소망을 적은 종잇조각을 접어 이 벽의 갈라진 틈에 밀어 넣고 기도를 하거나 토라를 외우는 관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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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1-가을(84)호 <특별 연재/ 오세영 신작시/ 최종회>에서
* 오세영/ 196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의 저쪽』『바람의 그림자』등, 저서『시론』『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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