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오세영
세속의 우리가
세종대왕께서 창조하신 한글을 널리
사용하는데
하늘나라에서는 대체 무슨 글자를
쓰는 것일까.
한번 흘러간 시간은
그 어떤 신神이라도 되돌릴 수 없다 하나니
신도 지나간 과거는 어차피
기록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는 시내산의 모세가 야훼로부터
당신이 손수 석판에 문자로 새기신
십계명을 직접 받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 아니겠느냐.**
그러나 문자의 기록이란 원래
불완전한 것,
그래서 옛 한국의 단원 김홍도***가
당대의 생활상을
그림으로 그려 후세에 전했듯
아아, 소돔과 고모라에 불벼락을 내리신
우리의 하느님께서도****
퇴폐 탐닉, 우상 숭배에 얼이 빠진 로마를
특별히 테라코타로 구워 이처럼
경계하신 것이 아니었더냐.
-전문-
* 폼페이(pompeii : 서기 79년 8월 2일 근처(약 10㎞ 정도 떨어진) 베스비우스(Vesvius)화산의 폭발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고대 로마의 도시. 이탈리아의 캄파니아(Campania) 나폴리(Napoli Naples(영어)) 교외에 있다. 당시 화산이 분출하자 화산재가 하늘을 덮은 뒤 18시간 동안 무려 수백억 톤에 달하는 뜨거운 화산쇄설류가 도시로 쏟아져 내려왔고 도시는 3m 가량이나 되는 화산재로 뒤덮여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그 후 이 도시는 한동안 세상에서 잊혔으나 1592년 폼페이 위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고대 건물과 회화작품들이 발굴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재난으로 주민 6천~2만 명 정도 가운데 대략 2천 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748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하였다. 세계문화유산
** 모세의 석판石板 : 기원전 5세기경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팔레스타인 땅으로 탈출하던 모세는 시내산에서 40일 동안 기도하며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이 적힌 석판 2장을 받았다 함( 「창세기」 32:15-16).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의 옛 유대인 마을 카이바르에서 발견된 석판은 모세의 석판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가로 30 세로 42㎝로 당시 아라비아반도에서 널리 쓰이던 티부드(Tibud) 문자가 새겨 있었다.
*** 김홍도(金弘道, 1745~1806?) : 단원檀園, 단구丹丘, 서호西湖, 고면거사高眠居士, 첩취옹輒醉翁 등의 호를 사용한 조선 영 · 정조 시대의 풍속화가. 어린 시절 강세황姜世晃의 지도를 받아 그림을 그렸고 그의 추천으로 도화서圖畫署 화원이 되어 정조의 신임 속에서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았다. 산수, 불화, 화조, 풍속 등 모든 장르에 능하였지만,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 소돔과 고모라(Sodom and Gommorrah) : 성서에 등장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두 도시. 「창세기」 19: 24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아브라함 족장의 조카 롯은 소돔으로 이주했으나 소돔과 고모라가 워낙 타락한 탓에 여호와는 아브라함에게 두 도시를 파괴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연민과 공포를 느낀 아브라함은 여호와께 만약 그곳에서 열 명의 의인을 찾을 수 있다면 어찌하시겠느냐고 여쭙자 여호와께서는 파괴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의인은 열 명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여호와께서는 결국 두 도시를 파괴하기로 작정하시고, (사람의 모습을 취한) 천사 둘을 미리 보내 롯과 그의 가족을 구하게 하셨다. 밤이 되자 소돔 사람들이 롯의 집을 에워싸고 두 손님(천사)을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두 손님과 섹스를 하려는 것이었다(동성애를 뜻하는 '남색(sodomy)'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음). 여호와는 손님들을 에워싼 무리의 눈을 멀게 하시고, 롯과 가족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고 도시를 떠나라고 명령하셨다. 그런데 이 말씀을 거역한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그는 '소금 기둥'으로 변해버린다. 여호와께서는 곧 이 두 도시를 불과 유황으로 파괴하셨다. 그 유적이 오늘날의 사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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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1-가을(84)호 <특별 연재/ 오세영 신작시/ 최종회>에서
* 오세영/ 196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의 저쪽』『바람의 그림자』등, 저서『시론』『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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