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돈타령/ 우대식

검지 정숙자 2022. 4. 21. 01:53

 

    돈타령

      -안 되나

 

    우대식

 

 

  돈을 들여다보다 생각한다. 개마고원에서 소금장수를 하던 천민 출신 백달원을 그려놓으면 안 되나. 죽립竹笠을 쓰고 소금 지고 재를 넘던 백달원의 초상을 천 원 지폐에 새겨놓으면 안 된나. 오만 원 지폐에 제주 거상 김만덕을 그려놓으면 안 되나. 쌀 오백 섬을 배에 싣고 풍랑을 뚫고 가는 여성 김만덕을 그려 넣으면 안 되나. 돈이 상스럽고도 성스럽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을 돈에 그리면 안 되나. 돈을 하찮게 여기며 살다 간 현모양처, 이기일원론, 이기이원론은 우표에 그려놓고 돈을 하늘처럼 여기며 다시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던 이들을 돈에 새기면 안 되나. 돈은 무섭고도 지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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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겨울(84)호 <신작시>에서

  * 우대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늙은 의자에 앉아 비다를 보다』『설산국경』, 저서『죽은 시인들의 사회』『비극에 몸을 데인 사람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