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장경렬_사랑의 시 시계를 찾아서*(발췌)/ 5월-김수남에게 : 유자효

검지 정숙자 2022. 4. 21. 01:25

<제17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_작품론> 中

  

    5월    김수남에게

 

    유자효

 

 

  왈칵

 

  눈물이 솟구쳐 흐를 것 같다

 

  한 이틀 비 내리더니

 

  세상의 먼지 모두 씻기고

 

  투명한 바람

 

  서울에서 개성의 송악이 보인다

 

  이렇게 깨끗한 날을 선물한 날

 

  신은

 

  곁에 두고 싶은 사람 한 둘을

 

  데리고 간다

    -전문-

 

  ▶ 사랑의 시 시계를 찾아서*_(발췌) _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이 시의 제목에 언급된 김수남 전소년한국일보 사장은 유자효 시인과 각별한 친분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1997년 5월 어느 날 아직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갈 이른 나이에 별세하자, 시인은 애통한 마음을 이 시에 담고 있다. "어져 내일이야 그릴줄을 모로ᄃᆞ냐"로 시작되는 저 유명한 시조에서 황진이가 탄식으로 직핍했듯, 시인은 강한 어감을 지닌 부사 "왈칵"으로 직핍한다. 아마도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찾기 어려웠으리라. 아니, 이는 의식적인 '찾음'의 과정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왈칵' 마음에서 솟아나온 것이리라. 아무튼, 시인은 "왈칵/ 눈물이 솟구쳐 흐를 것 같다"라 말할 뿐, '왈칵/ 눈물이 솟구쳐 흐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처럼 '흐른다' 대신 '흐를 것 같다'는 표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 또한 찾아서 찾은 표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솟아나온 표현일 수 있는데, 이를 밝혀 주는 것이 이어지는 구절이다. 즉, 시인이 부고를 접한 것은 "한 이틀 비 내리더니/ 세상의 먼지 모두 씻기고/ 투명한 바람"이 부는 날, 심지어 "서울에서 개성의 송악이 보"이는 날이다. "이렇게 깨끗한 날"을 "신"이 "선물"로 주었는데, 그 앞에서 슬픔의 눈물을 "솟구쳐" 흘리는 것은 아마도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이처럼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기에, 시인은 솟구쳐 흐르려 하는 눈물을 애써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p. 시 40-41/ 론 41)

 

  * 현재의 글은 유자효 시인의 시집 『어디일까요』(인간과 문학사, 2016)에 수록된 작품론의 일부를 발췌하고 다시 다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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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겨울(84)호 <제17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작품론>에서

  * 유자효/ 1947년 부산 출생, 1972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집『성 수요일의 저녁』『짧은 사랑』『떠남』『지금은 슬퍼할 때』『신라행』등, 시선집『성스러운 뼈』, 산문집『피보 씨는 지금 독서중입니다』『라라의 투쟁』『세상의 다른 이름』『다시 볼 수 없어 더욱 그립다』등, 시조집『내 영혼은』『사랑하는 아들아』, 단시조집『황금시대』, 시집 소개서『시 읽어주는 남자』, 동시화집『스마트 아기』, 번역서『이사도라 나의 사랑 나의 예술』,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세한도』

  *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졸업,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교 영문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 역임, 평론집『미로에서 길 찾기』『삶에서 문학으로 문학에서 삶으로』등, 문학 연구서『매혹과 저항』『경계에서 길 찾기』등, 주요 번역서『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젊은 예술가의 초상』『학제적 학문 연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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