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라인 폭포*에서/ 오세영

검지 정숙자 2022. 4. 20. 02:17

 

    라인 폭포*에서

 

    오세영

 

 

  시끌벅적

  고성방가,

  그대는 대체 어느 나라 언어로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내 모국 한국어는 분명 아닌데

  불어냐, 독일어냐,

  그것도 아니라면 이태리어냐,

  아무리 귀 기울여도

  알아듣지를 못하겠구나.

  봄 되자

  알프스 빙벽 그 얼어붙은 만년설은

  스르르 녹아

  산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 웃음꽃인데

  돌아보면

  인간이 가는길은 끝 모를 동토凍土,

  그 얼음 어떻게 풀고 어디로 가는 것이냐.

  바벨**의 언어가 아닌

  한국어로 가르쳐다오.

  시끌벅적

  박장대소,

  그대는 지금 어느 나라 언어로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전문(p. 236)

 

  * 라인 폭포(Rhine): 독일과 국경을 이루는 스위스 샤프하우센(Schaffhausen) 근처의 노이하우센 암 라인폴 앤드 라우펜 우비센(Neuhausen Rheinfall Laufen-Uhwiesen)에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라인강 상류의 하이 라이네(High Rhine)에 자리잡고 있으며높이 24m에 너비가 113m로 평균 유수량이 초당 370㎥에 이른다. 격류와 거친 물살이 내는 소리가 웅장하다.

  ** 바벨(Babel)의 언어: 바벨탑이 허물어지기 이전 세상 모든 사람이 한 가지로 통용한 언어. 기원 수천 년 전 고대 수메르(Sumer)인들은 신바빌로니아 시대에 불가사의하게 높은 건축물 지구라트(Ziggurat: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기 위해 높이 지은 '높은 곳'이라는 뜻의 계단형 탑으로, '성탑聖塔' 또는 '단탑段塔'이라고도 한다. 꼭대기엔 신전이 있었다.)를 지었는데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바벨탑도 실은 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구약 『성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바벨이란 아카드어Akkadian language(고대 메소포타지역의 언어)로 '신神'의 '문(Bab)'이라는 뜻)

  또 사람들이 의논하였다.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주님께서 땅에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이렇게 세운 도시와 탑을 보시고 생각하셨다. "사람들이 한 종족이라 말이 같아서는 안 되겠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 할 일이 없겠구나. 당장 땅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두었다.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창세기」 11장 4~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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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가을(83)호 <특별 연재/ 오세영 신작시>에서

  오세영/ 196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의 저쪽』『바람의 그림자』등, 저서『시론』『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