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연극/ 박성우

검지 정숙자 2022. 4. 20. 02:43

 

    연극

 

    박성우

 

 

  연극을 좋아하느냐, 회사 동료가 물었고

  얼떨결에 나는 연극 티켓 두 장을 얻었다

  아끼는 후배가 직접 만들었다는 연극

 

  하지만 나는 도무지

  연극을 보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받지 말았어야 했어,

  동료의 마음은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으나

  오늘내일 넘겨야 할 일들과

  다음 주 그다음 주로 줄줄이 이어진 일들로 인해

  머리만 지끈거릴 뿐이었다

  설령 시간이 난다고 해도 실컷 잠이나 자면 좋겠어,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가

  업무처리를 하면서도 나는

  연극 관람 걱정을 했다, 그거 아직 안 봤어요?

  우리 부서도 아닌 다른 부서 동료의 호의에

  나는 이렇듯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마는가

 

  연극 초대권 만기일을 한 주 앞둔 일요일 오후,

  나는 아내와 함께 대학로로 나갔다

  아직 시간이 남아 햄버거를 하나씩 사 먹으며

  단둘이 외출한 게 얼마 만인가를 계산해 보았다

  머릿속은 여전히 회사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내 앞에서 나는 애써 태연하게 웃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커튼콜 때 찍은 사진을 동료에게 보내주면서

  감동적이었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내가 마치 노래가 된 느낌이야,

  나는 배우가 부르던 노래처럼 사라지고 있었지만

  월요일 출근 걱정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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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3월(387)호 <신작특집>에서

   * 박성우/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