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바위 생각/ 조경선

검지 정숙자 2022. 4. 18. 01:05

 

    바위 생각

 

    조경선

 

 

  매일 꿈틀거렸습니다

 

  구름이 지나갈 때 비가 지나갈 때

  꿈틀거렸습니다

 

  열어볼 수 없는 속은

  자꾸 이동합니다 그 자리를 알면서

  뛰어다닙니다 조금씩 닳아가면서

  높이를 낮춥니다

  새가 지나가도 몸은 돌리지 않습니다

 

  매일 꿈틀거렸습니다

 

  탈색을 꿈꾸는 틈으로 나약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이겨낸 풀 한 포기가 얼굴을 듭니다

  어느 쪽이 불안한지 몰라

  어느 쪽이든 말이 없습니다

 

  매일 꿈틀거렸습니다

 

  아무 상관없는 듯 풀을 업고 있습니다

  주름진 하루가 울음소리를 냅니다

  어둠은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 앉고

  가장 먼저 적막을 읽습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투박한 친절은 수천 년

 

  매일 꿈틀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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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가을(83)호 <신작시>에서

  * 조경선/ 2012년『포엠포엠』으로 시 부문 등단 &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목력』『개가 물어뜯은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