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고니에서의 중얼거림
장재선
어느 흐린 날,
위스키에 취한 신이
마하고니로 내려 왔을 때처럼
혼란과 공포의 전염 속에서
중얼거린다
사랑이 내 몸에 수십 번 집을 지었으나
도시를 허물려는 악마와만 거래해
달콤한 술을 빌렸던 것인가
악마는
신의 취기가 아니라
인간의 도시에 깃든 아름다움과 싸우는 것
사랑이 내 몸에 수십 번 집을 지었을 떄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
아니, 모른 척했다
빌린 쾌락을 다 갚지 못해
멀쩡한 아름다움도 지키지 못할 것을
예감하는 지금
오래 만들어 온 도시에 까마귀가 날기 전
당신이 찾아주었던 기억을
이 밤의 어둠에게 팔고
죄인의 말을 조금 아껴서
다음 생애로 가져가자
내가 말을 아낀 덕분에
내 뒤의 뒤, 또 그 뒤의 아이들에게
세상이 남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 『미네르바』 2021-가을(83)호 <신작시>에서
* 장재선/ 2007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시로 만난 별들』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구두/ 류미야 (0) | 2022.04.18 |
|---|---|
| 바위 생각/ 조경선 (0) | 2022.04.18 |
| 워크숍/ 남현지 (0) | 2022.04.15 |
| 인간 실격*/ 하린 (0) | 2022.04.15 |
| 공포/ 홍용희 (0) | 2022.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