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마하고니에서의 중얼거림/ 장재선

검지 정숙자 2022. 4. 18. 00:55

 

    마하고니에서의 중얼거림

 

    장재선

 

 

  어느 흐린 날,

  위스키에 취한 신이

  마하고니로 내려 왔을 때처럼

 

  혼란과 공포의 전염 속에서

  중얼거린다

 

  사랑이 내 몸에 수십 번 집을 지었으나

  도시를 허물려는 악마와만 거래해

  달콤한 술을 빌렸던 것인가

 

  악마는

  신의 취기가 아니라

  인간의 도시에 깃든 아름다움과 싸우는 것

 

  사랑이 내 몸에 수십 번 집을 지었을 떄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

  아니, 모른 척했다

 

  빌린 쾌락을 다 갚지 못해

  멀쩡한 아름다움도 지키지 못할 것을

  예감하는 지금

 

  오래 만들어 온 도시에 까마귀가 날기 전

  당신이 찾아주었던 기억을

  이 밤의 어둠에게 팔고

 

  죄인의 말을 조금 아껴서

  다음 생애로 가져가자

 

  내가 말을 아낀 덕분에

  내 뒤의 뒤, 또 그 뒤의 아이들에게

  세상이 남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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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가을(83)호 <신작시>에서

  * 장재선/ 2007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시로  만난 별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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