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복/ 정숙자 래복 정숙자 벌써 3주째. 목욕 때마다 마주치는 녀석이 있다. 녀석, 몸통은 어찌 됐는지 가늘고 긴 다리들만이 흰 타일벽에 붙어 종종걸음을 친다. (연갈색의) 그가 움직이는 모습은 하도 날렵하고 가벼워 기는 게 아니라 저절로 미끄러진다고 해야 옳을 정도다. 나는 온몸에 거품을 문지.. 에세이 한 편 2012.02.22
개망초꽃이 피었습니다/ 양문규 개망초꽃이 피었습니다 양문규 이른 봄날부터 늦은 가을날 해거름까지 이 땅에는 무수한 꽃들이 피었다가 집니다. 나는 꽃이 피고 지는 가운데서 계절의 변화를 읽어냅니다. 개망초꽃이 피어나고 있으니 여름, 찌는 듯한 더위와 지루한 장마가 한 발짝 더 가까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 에세이 한 편 2011.11.14
누렁이/ 전순영 누렁이 전순영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꽃잎처럼 내리더니 며칠째 계속 내려 지붕 도 담장도 골목도 눈밭이 되었다. 누런 개 한 마리가 대문 앞을 어 슬렁거리고 있었다. 엊그제도 녀석이 왔을 때 지나가는 개려니 하 고 못 본 척했는데 오늘도 와서 가지 않고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비 쩍 마른 몸에 털.. 에세이 한 편 201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