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속의 얼굴
홍사성
다시 봐도 틀림없었다 3호선 전철 한강 건너
금호역 지하 구간 들어섰을 때 맞은 편에
눈 감고 앉아 있던 너는 무량무수 오랜 전생에서
형제로 친구로 지내던 누구를 합체한
또 다른 얼굴의 나였다 눈길 한번 마주친 적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너는 은하의 바깥
어느 별에 있다가 전생의 내생 내생의 전생인 오늘
지구별 한 모퉁이로 나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네 얼굴 속의 나
너는 내 얼굴 속의 너 알아보지 못한 채 남남으로
스쳐 지나갔다 한 시절 어깨 기대고 웃던 일
무색하게 서로를 먼 타인으로 바라보는 사이
너는 문 열리면 타고 내리는 사람들 속으로
걸어 나갔다 언제 다시 어느 별에서 만날지
물어보지 못한 나는 그 뒷모습만 우두커니 쳐다봐야 했던
뒷얘기가 더 많은 영화를 본 비 온 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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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우리들의 얼굴 찾기 2 『너의 얼굴』에서/ 2022. 3. 22. <청색종이> 펴냄
* 홍사성/ 2007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내년에 사는 법』『터널을 지나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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