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사람의 세 질문
이현승
쫓고 쫓기는 것들은 막다른 길에서 만난다.
그리하여 휴일이란 무엇인가
휴일은 답이 지워진 질문이다.
그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청소기를 붇잡는 것이 좋다.
포효하는 호랑이의 등을 타고
구석구석을 누비며 묻는다.
청소란 무엇인가.
쓰러진 것을 세우고
널브러진 것을 개키고 걷어 올리며
만상의 제자리를 의심해 보는 시간,
잠이 덜 깬 채 식탁으로 불리어 온 식객처럼
구석에서 끌려나온 검불들은 뭉쳐진 채 잔뜩 뾰로통하다.
부스스한 머리에 입술이 비죽 나왔다.
난데없는 소란 속에서 다시 묻는다.
구석이란 무엇인가.
머리카락과 몽당연필과 동전과 머리 고무줄과 레고 블럭 같은 것들의,
먼지와 검불들의, 불 꺼진 곳을 찾아 헤매는 자들의 안식처
지질한 마음도 잠시 어꺠를 펴보는 그곳,
직진하는 빛과 걸레질의 사각지대에서
청소기의 잦아든 숨소리를 배경으로 몽상은 계속된다.
마음이 사각형이라면 네 개의
그러니까 어느 쪽을 향하든 그 끝에는
어두운 구석이 있다.
-전문-
▶ 내가 모르는 내 얼굴이 짓는 표정(발췌)_ 김언/ 시인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는 있다. 청소할 때 문득 발견되는 "머리카락과 몽당연필과 동전과 머리 고수줄과 레고 블럭 같은 것들"이 숨어 있는 구석, "먼지와 검불들의, 불 꺼진 곳을 찾아 헤매는 자들의 안식처" 같은 구석 말이다. 갑자기 "끌려나온 검불들"이 "뭉쳐진 채 뾰로통"한 표정을 짓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든 상관없이 그들이 거하는 곳은 언제나 구석이다. 구석처럼 외지고 어두운 곳이 어울리는 그 표정을 애써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것이 성실 유능한 생활인의 미덕이라면, 마음에서도 한쪽 모서리에 해당하는 어둡디어두운 구석의 그 표정을 누군가는 계속 들여다보며 말을 건넬 것이다. 저 또한 나의 표정이며,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얼굴이며, 그것을 놓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 중에 또 시인이 있다는 사실을, 이현승의 시를 읽으면서 다시 확인한다. (p. 시 134-135/ 론 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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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2월(386)호 <현대시작품상 본심 추천작을 읽고>에서
* 이현승/ 2002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친애하는 사물들』『생활이라는 생각』 등, 저서 『얼굴의 탄생-한국 현대시의 화자 연구』외
* 김언/ 1998년『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한 문장』『백지에게』등, 산문집『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시론집『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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