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데드마스크/ 송재학

검지 정숙자 2022. 2. 15. 00:41

 

    데드마스크

 

    송재학

 

 

  자신의 데드마스크를 보는 건 생활의 내면이지만 좋은 일일까*

 

  나의 데드마스크는 잠에서 죽음의 물결이 딱딱해진 것, 또한 물결 위에서 찰랑거리기도 한다 그 둘이 만나는 것은 일생에 한 번, 어떤 눈매는 젖었고 어떤 눈매는 그늘이다 얼굴에 바른 기름이 성급했던지 피부에서 뽑힌 몇 올의 털이 석고에서 자랐던 수염처럼 듬성듬성하다** 잠과 죽음은 성긴 불빛의 야경에 기대고 있다 폭설주의보를 지나쳐온 광대뼈 근처는 울퉁불퉁하다 그전에 골절이 생겼는지, 이정표가 서 있어야 할 위치이다 왼쪽 귀는 이미 상해서 데드마스크는 편측으로 기우뚱거린다 잠과 죽음은 서로 포개지기도 하는 걸까

 

  데드마스크는 수정과 변신을 거쳐 책의 이름을 가지게 된다 눈이며 귀나 입은 슬쩍 건드리고 이마를 좁게 하여 인중이 늘어나서 단순히 내가 아닌, 본심만 조금 드러난 얼굴이 되겠다 누군가 이 문체에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찾아가리라는 짐작이다 데드마스크가 말동무처럼 연결된 것은 의외이다

    -전문-

 

   * 이상은 1930년에 자신의 얼굴을 본떠서 생전의 데드마스크를 만들었다.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 <自傷>은 자신의 데드마스크로 그린 그림이다. 그리고 「자상」이란 시도 썼다. "여기는어느나라의데드마스크다. 데드마스크는도적맞았다는소문도있다. 풀이極北에서破瓜하지않던이수염은절망을알아차리고생식하지않는다. 千古로창천이허방에빠져 있는함정에유언이비석처럼은근히침몰되어 있다. 그러면이곁을생소한손짓발짓의신호가지나가면서무사히스스로워한다. 점잖던내용이이래저래구기기시작이다."

   ** 김연수의 『굳빠이, 이상』(문학동네, 2001)에서 인용 첨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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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1월(385)호 <신작특집>에서

  * 송재학/ 1986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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