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외로움의 메아리/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6. 8. 01:40

 

 

    외로움의 메아리

 

    정숙자

 

 

  외로워하지 마세요

  외로움은

  외로워하는 마음을 찾아다닌답니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이기려고도 하지 마세요

  외로움은

  이기려고 하는 마음을 이기려고 한답니다

 

  우리 가냘픈 풀잎에게는

  어떤 바람이 오시더라도

  굽힐 수 있는 허리가 있으므로

 

  외로움이 오시걸랑은

  지나가도록 숙여 주세요

  그리고 외로움이 가시걸랑은

  틈틈이 틈틈이 꽃도 피우고…

 

  외로워하지 마세요

  외로움은

  외로워하는 마음을 흔든답니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보내려고도 하지 마세요

  외로움은

  보내려고 하는 마음에 머무르려고 숨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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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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