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인사
이나명
비가 많이 왔다
개천물이 불어 길바닥 위로 넘쳤다
비가 그치니 길 위로 넘치던 물이 빠지고
축축한 길이 드러났다
길바닥에는 미처 물을 따라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물고기들이 많이 보였다
마침내 숨을 멈추고 꼼짝없이 누워 있는 물고기들
눈을 뜨고 입을 벌리고 죽은 물고기들
사이사이 아직 입을 뻐끔대는 물고기들을 집어
개천물에 던져 주었다
던져 주는 물고기들을 개천이 퐁당퐁당 받아 안았다
가끔씩 물 위로 뛰어올라 반짝 배를 뒤집고 인사를 하는
물고기가 보였다
안녕!
오늘은 나도 양껏 숨을 들이켜고 있는 내가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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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學 史學 哲學』 2021-여름(제65)호 <여름 특집 8인 시선>에서
* 이나명/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금빛새벽』『금빛 새멱』『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조그만 호두나무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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