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이소연
어제는 그가 날 죽이려고 했지
그제는 신장을 팔아 날 살리겠다고 했고
받아쓰기와 양치질을 시키면서 아이 없는 삶을 빌다가도
아이가 반짝 코 고는 소리를 붙잡다 잠에 빠지면 사라질까 겁이 났다
올올 엉켜오는 요통의 밤엔
쑥돌로 배를 지져야만 살 수가 있었다
한 코 두 코 뜨개질을 했던 겨울이 다시 왔고
수술 날짜가 가까워졌다
저녁에 찾은 생각들은 입이 없었다
습관처럼 혼자 남은 방에서 다리털을 뽑았다
아무리 반복해도 항상 뜻밖의 아픔이 있다
선반에 둔 양파는 곰팡이 없이 물큰해진다
양파는 썩으면서 새순을 틔운다
그가 부엌에서 가져 온 건 양파 같은 어둠이었다
무른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내고 다시 환해지는
비타민을 챙기는 게 곧 사랑이라고 했다
내장기관이 하나씩 망가져 가니, 먹는 것마저 챙겨주는 원수가 생겼다
바람이 부는 날엔 나를 산 채로 파묻를 거라던데
그런 말을 들으며 사랑이 땅속에 있는 것 같고
나는 매일 언 땅에서 태어난다
세상 모든 게 살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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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 2021. 6. (제8호) <시집 속 작은 시집>에서
* 이소연/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창작동인 <켬>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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