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행복의 삽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24. 00:40

 

 

   행복의 삽화

 

    정숙자

 

 

  이른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는 서정은

  행복하다

 

  젖은 얼굴을 닦으며

  화장대 앞에 앉았을 때

  지나가는 거위 소리를 듣는 평화는

  행복하다

 

  거닐고 싶어

  대문을 나섰을 때

  우체함 속의 편지를 받는 경이는

  행복하다

 

  자정 가까이

  전등빛 다정해질 때

  읽다만 책을 펼치는 이상은

  행복하다

 

  터 오는 새벽

  잠에서 깨어났을 때

  꿈에 이룬 꿈을 간직하는 희망은

  행복하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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