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삽화
정숙자
이른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는 서정은
행복하다
젖은 얼굴을 닦으며
화장대 앞에 앉았을 때
지나가는 거위 소리를 듣는 평화는
행복하다
거닐고 싶어
대문을 나섰을 때
우체함 속의 편지를 받는 경이는
행복하다
자정 가까이
전등빛 다정해질 때
읽다만 책을 펼치는 이상은
행복하다
터 오는 새벽
잠에서 깨어났을 때
꿈에 이룬 꿈을 간직하는 희망은
행복하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에게서/ 정숙자 (0) | 2012.05.07 |
---|---|
가을밤/ 정숙자 (0) | 2012.05.03 |
사랑하는 사람만이/ 정숙자 (0) | 2012.04.23 |
행복/ 정숙자 (0) | 2012.04.22 |
혼자 읽는 편지/ 정숙자 (0) | 2012.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