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안좌/ 김윤

검지 정숙자 2021. 5. 29. 12:13

 

    안좌

 

    김윤

 

 

  내 혈관 속 소금은

  갯벌하고 같아서

  바다 냄새가 나면 신기가 돌기도 해

  정월 당굿이

  섬 어디서 무명처럼 풀리고 있겠네

 

  뱃길로 훌쩍 가고 싶던

  신안군 안좌면

  다리로 건너

  골목 어귀 밥집에 앉아 백반을 먹네

 

  건너 쪽 담벼락에

  화가 김환기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새겨있어

  저 담장 안이 친구 집이겠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이미 만나버린

  늙은 남자들이 수굿하게 앉아

  밥 먹는 걸 보네

  내 속에 안좌 같은 섬 한 채 있어

  술잔같이 낮게 잠기는 목소리

 

  큰 기와집

  마루에 걸터앉아

  멀리 배 들어오는 기척이 다 보이는

  녹청같이 파란 바다를 보네

  제 고통이 출렁이고 밀려가는 것을

  사람들이 너울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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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1-봄(59)호 <시마당> 에서

  * 김윤/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붕 위를 걷다』『전혀 다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