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루 전날/ 김성규

검지 정숙자 2021. 5. 29. 00:13

 

    하루 전날

 

    김성규

 

 

  짐을 나르는 그의 뒤에

  죽은 사람이 서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독하게 지쳐 쓰러졌을 때

  그는 슬픔을 느꼈을까요

  잠들기 직전 펜을 잡고 써봅니다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쓰러져 잠에 빠진 날

  죽은 사람이 나를 보고 서 있습니다

  잠 속에서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아니면 그다음 날

  그만두어야 함을 알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줄 써봅니다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마음은 단련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이 내 이마를 쓸어주고 있습니다

    -전문, 『문파』 2020-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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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1-봄(59)호 <EDITOR'S PICK>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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