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날
김성규
짐을 나르는 그의 뒤에
죽은 사람이 서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독하게 지쳐 쓰러졌을 때
그는 슬픔을 느꼈을까요
잠들기 직전 펜을 잡고 써봅니다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쓰러져 잠에 빠진 날
죽은 사람이 나를 보고 서 있습니다
잠 속에서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아니면 그다음 날
그만두어야 함을 알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줄 써봅니다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마음은 단련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이 내 이마를 쓸어주고 있습니다
-전문, 『문파』 2020-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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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 2021-봄(59)호 <EDITOR'S PICK>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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