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남은 나의 시

군단 창설 제38주년 기념 축시/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1. 5. 23. 23:58

 

    군단 창설 제38주년 기념 축시

 

    정숙자

 

 

  그대 나이

  서른여덟이라기

  내 마음에

  서른여덟 개 촛불 밝히었네

 

  7천만 우리 겨레 가운데

  어느 한 사람

  3 · 8이란 숫자

  가슴에 못 박히지 아니했으랴

 

  부모님 시신을 묻지도 못한 채

  월남 길에 올랐던 소년이

  지천명을 넘긴 오늘에 이르기까지

 

  6군단이여, 그대는

  중부전선

  왕방산 기슭을

  통일 염원으로 지켜왔구나

 

  강 건너 떠나보낸

  아들 딸 그리워

  부모의 영혼인들

  밤 새워 울지 아니했으랴

 

  독일 · 구소련보다도

  3 · 8선 저쪽

  우리의 부모형제가 더 빨리

  자유를 찾았어야 했을 것을

 

  그러나 6군단이여

  그대 나이 서른여덟 되도록

  일순간도 잠자지 않고 바친

  애국 일념이

  독일 · 구소련에 먼저 가 닿았음이라

  나는 믿었네

 

  이제 우리 차례

  3 · 8선의 또 다른 이름 휴전선은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를 말한다는 걸

  다시금 인식하고

  각오해야 할

  오늘은 그대의 뜻깊은 생일

  38회

 

  7천만 우리 겨레 가운데

  어느 한 사람

  3 · 8이란 숫자

  가슴에 못 박히지 아니했으랴

 

  그 여러 해 중에

  꼭이 올해

  우리가 만났음은

  역사적 필연과 책임의 확인

 

  민주수호, 6군단이여  

  오늘 높이 든 나의 축배는

  그대에 대한 신뢰와 기대

  존경과 애정으로 가득 채웠네.

    - 전문, 1992. 5. 1. 소아 정숙자

 

 

  회고>  어느새 29년이 되었다니, 남편 재직시 군단장님 요청으로 기념 축시를 지어 애국가 바로 다음 순서에 낭독했던 기억이 어젯일만 같다. 액자 유리를 닦다가 사진 뒤에 넣어둔 이 궁서체의 묵적을 발견하고는 만감이 교차한다. 말 그대로 <내 품에 남은 나의 시>가 되었다. 29년, 그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故 최경근 장군님, 필자의 지아비 故 정영길 대령, 그리고 그날 6군단 연병장에서 함께 애국가를 불렀던 지역 주민과 전 부대원들······ 어느 하늘 아래 계시더라도 부디 평안하시기를. 고인이 되신 분께는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빌고 또 비는 이 밤······ 어디선가 강둑 하나 툭 무너져······ 쏟아지는 물소리가 적막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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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숙자: 검지劍智 이전, 당시에는 소아小雅라는 아호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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