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남은 나의 시

춘추전국시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1. 5. 8. 17:39

 

    춘추전국시대

 

    정숙자

 

 

  넘겨도, 넘겨도 나오지 않는 게 있다

  무엇이 빠져 밍밍한 걸까

  스무 권 서른 권··· 백 권을 펼쳐도 보이지 않는다

 

  번쩍 찔리는 거

  풍덩 빠뜨리는 거

  찰싹 갈기는 거

  쿵쿵쿵 스며드는 거

  쨍그랑 정수리 까부수는 거

  그런 거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거, 그 좋은 거 언제 다 해치웠단 말인가

 

  왜 이렇게 목숨 건 진검眞劍이 안 보인단 말인가

 

  언제 이렇게 다들 영웅이 되었단 말인가

 

  명쾌한 사유, 진지한 인식, 서늘한 해학, 향긋한 일갈

  푸른  끓는  둥근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왜 이렇게 다들 시를 잘 쓴단 말인가

    -전문, 『문학과창작』 201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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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꿈의 앤솔러지 『좋은시 2013』(311쪽)/ 2013. 1. 31 <도서출판 삶과꿈>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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