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이은봉
퇴직을 했다 자유의 몸이 되었다 자유······,
더는 이른 아침부터
종종대며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유는 무엇
자유는 고독
자유는 자주 고독을 모시고 왔다
더러는 외로움도 모시고 왔다
쓸쓸함도, 허전함도 모시고 왔다
자유와 더불어
고독을 섬기게 되었다
외로움도, 쓸쓸함도 친구로 삼게 되었다
저 고독들이라니
고독은 비애
비애는 슬픔
자유는 슬픔도 데리고 왔다
딱하고 안쓰러운 슬픔이라니
슬픔은 아픔을 낳았다
아플수록 필요한 것이 인내······
그걸 모르면 자유도 알기 어려웠다
자유의 몸이 되면서
인내를 배웠다 인내를 배워도
고독했다 외로웠다 쓸쓸했다 슬펐다 아팠다
자유는 고독
고독은 비애
비애는 슬픔
슬픔은 아픔
심장을 가득 채운 아픔
핏방울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퇴직을 했다
퇴직은 핏빛 고독을 거느리고 있었다
황톳빛 슬픔으로 저물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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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0-겨울(36)호 <신작시 ①>에서
* 이은봉/ 공주(현 세종시) 출생, 1984년 『창작과 비평』 신작시집 통해 시인으로 등단, 시집『봄바람, 은여우』『생활』등, 평론집『시와 생태적 상상력』『시와 깨달음의 형식』등, 현재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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