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팅 외 1편
이태선
생선 대가리와 뼈
날마다 구정물이 생긴다
유쾌하고
위험하고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본다
화가 나는 계절
빨간 장미
똑같은 일은 반복하기 싫다
화요일은 기압이 낮다
8시 20분 처음 햇빛은 춥다
모래시계 모래가 다 내려간다
뒤집으면 되지
트로트는 하수관에도 흘러 다닌다
생이 쉰밥처럼 가라앉았다
슬픔은 정복당하지 않는다
항암제 냄새 진동한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샤우팅 샤우팅
뼈가 타들어가는 느낌
공기는 탁하고 길은 넓다
내일도 극장과 골목에 틀어박혀
불타는 집은 불타고
시큰둥한 생이 우거진다
-전문-
---------
메이*
메이가 옆에 있다 누구야 누구십니까
거울이 하얗지만 메이가 쌓이지만
흰 돌 붉은 돌 패인 돌 누구야 누구십니까
빛나던 피 다라에 얼어 있던 피
목구멍에 쏟아붓고
개의 그림자인지 늑대의 그림자인지
컹컹대는 저녁 나무를 지나
메이는 굽이쳐 온다
테이블 밑엔 벼랑이 생겨나고
노란 강물이 범람하고
쉽게 불행해지지 않는다
메이는 메이가 다 되도록
느리게 메이가 되고 더 느린 메이가 되고
질병에 걸리는 메이
손을 올리면 따스한 진물이 흐른다
이빨들 사이로 흐른다
이건 저녁이 오는 공식
메이를 맞이하며
메이를 보내며
공중의 붉은 비늘에 들러붙어
찰나와 영겁의 진흙에 박혀
-전문-
* 메이: 입속을 맴도는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무엇
----------------------
* 시집 『메이』에서, 2020. 10. 16. <파란> 펴냄
* 이태선/ 경남 거창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눈사람이 눈사람이 되는 동안』『손 내밀면 미친 사람』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위꽃 하얗게 두르고 외 1편/ 하재일 (0) | 2021.04.29 |
---|---|
나의 갠지스, 천수만/ 하재일 (0) | 2021.04.29 |
힘 너머의 힘/ 이태선 (0) | 2021.04.27 |
목화밭 목화밭 외 1편/ 배세복 (0) | 2021.04.25 |
피항(避航)/ 배세복 (0) | 2021.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