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목화밭 외 1편
배세복
목화를 따러 갔네 누이에게 배운 노래 흥얼거리며, 목화꽃은 이상하기도 하지 어떤 게 진짜 꽃일까 누이는 분홍색 진짜 꽃만ㄴ 꿏이라 불렀지만 목화 다래 익어 벌어진 목화솜도 나는 목화꽃이라 우겼네
목화밭 목화밭~, 홀로 목화를 따러갔네 누이 없이, 목화꽃은 이상하기도 하지 멀리서 볼때만 한없이 아름다운 꽃이었네 두둥실 흘러갈 것만 같은 꽃이ㅇ었네 아무리 따도 바구니는 채워지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이 다 멀리서만 그러하였네
목화를 따러갔네 목화를 따지 않았네 밭둑 사이 피어난 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을 보았네 목화꽃은 이상하기도 하지 하늘에도 저렇게 많이 피어 있다니, 저 꽃으로 뭉텅뭉텅 바구니 채웠으면 좋겠다 그치? 없는 누이에게 말을 걸고 또 말 걸고, 잠이 들었네 몇 겹으로 꿈을 꾸면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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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원근법
풍경을 어떻게 그리는지
저 목련은 알고 있다
물감을 부지런히 제 몸에 찍어대는 것
당신은 캔버스째 데려가겠다는 듯
무작정 셔터를 눌러댔다 그때마다
주변 꽃들도 덩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거둔 시선이 먼저인지
이어진 꽃들의 개화가 먼저인지 헷갈렸다
목련은 어깨를 떨구었다
떨군 어깨가 흐려져갔다
마음을 꺾는 방법을 우린 알고 있다
멀어지는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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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목화밭 목화밭』에서, 2021. 4. 30. <달아실> 펴냄
* 배세복/ 충남 홍성 출생, 2014년⟪광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몬드리안의 담요』, 볼륨(Volume)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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