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첩을 찢다 · 1
서안나
동그라미 속에서 출입구를 찾아 부지런히 헤매는 처음이자 끝인 그런 부유스름한 우윳빛 전구 하나 켜져 있을 법한 그런 틈 같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재즈가 부지런히 흘러나오고 빛이 줄줄 흐르는 푸른 가로등 아래서 시집을 읽는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태극기가 철대문에서 펄럭거리고 그림자 속에 한 줄로 누워있는 남자들의 벗은 어깨를 밟으며 꽃을 던지고 지나가는 그 소녀의 등어리가 다시 꽃으로 피는 그러다 내가 누운애기별꽃이 되어 버리기도 하는 그런 구멍으로 들어가 푸른 수첩을 찢으며 한 천 년쯤 잠을 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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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 여는 세상』 2021-봄(77)호 <나의 첫 시집_대표시>에서
* 서안나/ 1990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 발달사』 등,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 『정의홍 선집 1 · 2』,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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