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수레/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3. 19. 15:43

 

 

     수 레

 

     정숙자

 

 

  행복을 실은 수레가 길을 갑니다. 자갈길, 언덕길, 굽잇길을

지날 때마다 수레는 덜컹거리며 행복을 떨어뜨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레는 낡고 행복은 옆으로도 밑으로도 새어나갑니

다. 삐걱거리던 수레는 어느 날 부서지고 맙니다. 수레는 이제

지상의 길이 아닌 망각의 불길 속에 던져집니다. 수레가 멈출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 이름이 수레였기 때문이었습

니다. 시시각각 새로운 수레가 도처에서 행복을 싣고 태어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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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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