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레
정숙자
행복을 실은 수레가 길을 갑니다. 자갈길, 언덕길, 굽잇길을
지날 때마다 수레는 덜컹거리며 행복을 떨어뜨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레는 낡고 행복은 옆으로도 밑으로도 새어나갑니
다. 삐걱거리던 수레는 어느 날 부서지고 맙니다. 수레는 이제
지상의 길이 아닌 망각의 불길 속에 던져집니다. 수레가 멈출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 이름이 수레였기 때문이었습
니다. 시시각각 새로운 수레가 도처에서 행복을 싣고 태어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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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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