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죽마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3. 19. 00:00

 

   

       죽마우

 

       정숙자

 

 

  아,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옷깃바람이 말합니다

 

  바빴어요

  제가 말했습니다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죽마우를 잊을 수 있었어요?

  햇빛이 말합니다

 

  죄송해요

  잊은 건 아니었어요

  제가 말했습니다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낙엽이 어깨에 떨어지며 말합니다

 

  아니, 벌써 기다려 줘

  제가 말했습니다

 

  누구도 기다려 줄 순 없어요

  시간이 말합니다

 

  ……

  저는 말없이 걸어갑니다

 

  ……

  옷깃바람이 처음처럼 따라옵니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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