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우
정숙자
아,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옷깃바람이 말합니다
바빴어요
제가 말했습니다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죽마우를 잊을 수 있었어요?
햇빛이 말합니다
죄송해요
잊은 건 아니었어요
제가 말했습니다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낙엽이 어깨에 떨어지며 말합니다
아니, 벌써… 기다려 줘
제가 말했습니다
누구도 기다려 줄 순 없어요
시간이 말합니다
……
저는 말없이 걸어갑니다
……
옷깃바람이 처음처럼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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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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