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칠송奇七松
설죽
重屛寂寂掩羅暐 (중병적적엄라위)
적막 속에 비단 장막 드리웠는데
但惜餘香在舊衣 (단석여향재구의)
네 남긴 옷에 향기만 남았구나
自分平生歌舞樂 (자분평생가무락)
평생토록 노래하며 춤추리라고 생각했지
不知今日別離悲 (부지금일별리비)
오늘처럼 이별 아픔 있을 줄이야
▣ 설죽의 막내 남동생 칠송에게 보낸 시 기칠송奇七松에서는 고향과 혈족을 떠나 객지에서 자유롭게 살 것이라 믿었지만 고독한 비첩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석천을 떠나온 것을 후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설죽의 시에는 감정을 절제하고 홀로 아픔을 감내하며 인고하는 한국여성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의 주옥 같은 한시 166수는 조선 여류 시문학을 풍성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늦었지만 그녀에 대한 전기적 자료 확보와 당시 그녀와 교류한 인물에 대한 정리 또한 당대 봉화 유곡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문학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설죽 시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미천한 시청비侍廳婢의 글이지만 그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시문집에 기록으로 남긴 안동 권 씨 양반가의 격 없는 문학애가 무덤 속에 잠든 설죽의 작품을 깨워 다시 숨 쉬게 했으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펀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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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 2020-겨울(26)호 <가온을 여는 시> 에서
* 설죽/ 생몰연대 미상, 조선조 16세기(?) 정도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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