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사/ 이송희

검지 정숙자 2021. 2. 24. 21:09

<이 계절의 시조>

 

    이사

 

    이송희

 

 

  색을 잃은 감정들이 차곡차곡 담긴다

  지나갈 사랑도 그 위에 놓인다

  방안의 장롱 밑에는 수북한 먼지뿐

 

  추웠던 계절들은 분리수거 되었을까

  자꾸만 어긋나서 들썩이는 세간들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옮겨지는 중이다

 

  벽에는 꽃무의 벽지들이 시들고

  느릿한 더듬이로 갈 곳을 짚어본다

  우리는 말을 버린 채

  불안하게 실려간다

 

   --------------

   * 『열린시학』 2020-겨울(97)호 <이 계절의 시조> 에서

   * 이송희/ 2003년 ⟪조선일보⟫로 등단,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선집 『이태리 면사무소』, 평론집 『아달린의 방』 『경계의 시학』, 학술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저서 『눈물로 읽는 사서함』 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리나멘*/ 김영찬  (0) 2021.02.24
추수(秋水)/ 정혜숙  (0) 2021.02.24
고사목/ 임성규  (0) 2021.02.24
그 남자 테스 형!/ 김삼환  (0) 2021.02.23
피멍/ 송진  (0)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