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김동수_미당 시의 원형적 공간과...(발췌)/ 엽서- 동리에게 : 서정주

검지 정숙자 2021. 2. 9. 22:24

 

    엽서  동리東里에게

 

    서정주(1915-2000, 85세)

 

 

  머리를 상고로 깎고 나니

  어느 시인과도 낯이 다르다.

  꽝꽝한 니빨로 웃어 보니 하늘이 좋다.

  손톱이 귀갑龜甲처럼 두터워 가는 것이 기쁘구나.

 

  솥작새 같은 계집의 이얘기는, 벗아

  인제 죽거든 저승에서나 하자.

  목아지가 가느다란 이태백이처럼

  우리는 어째서 양반兩班이어야 했드냐.

 

  포올 베르레  느의 달밤이라도

  복동이와 같이 나는 새끼를 꼰다.

  파촉巴蜀의 울음소리가 그래도 들리거든

  부끄러운 귀를 깍어 버리마

     -전문-

 

 

  ▶ 미당未堂 시의 원형적 공간과 그늘(발췌) _ 김동수/ 시인 문학평론가

  여기서도 미당은 '솟작새 같은 계집', '목아지가 가느다란~양반'의 길을 버리고 '꽝꽝한 니빨', '두터운 손톱'과 같이 투박하고 토속적인 그러면서도 건강한 농촌 복동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새끼를 꼰다.' 

  포올 베르레느 같고 이태백 같은 이국적인 세계, 그러면서도 소쩍새 같이 병약한 이전의 혼란스런 세계에서, 건강하고 소박한 농촌의 복동이처럼 한국적 정서의 고향 마을로 돌아와 정착하는 모습이다. 서구적 근대의 시간에서 가장 한국적이고도 토속적인 정신세계를 찾아 안착하고 있다. 이는 자아의 연속성을 추구, 단절과 좌절의 현상적 불안에서 보다 안정된 과거로 돌아가 정착하는 모습이다. (p. 시 37-38/ 론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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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당문학』 2021-상반기호 <특집 2>에서

  * 김동수/ 198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말하는 나무』 『그림자 산책』 외 다수, 평론집 『일제침략기 민족 시가 연구』 『시적 발상과 창작』 등, 한국비평문학상 · 조연현문학상 등 수상, 현)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