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Train
오장환(1918-1951, 33세)
저무는 驛頭에서 너를 보냇다.
悲碍야!
開札口에는
못쓰는 車表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흐터져 잇고
病든 歷史가 貨物車에 실리여 간다.
待合室에 남은 사람은
아즉도
누귈 기둘러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맛나면
목노아 울리라.
기북이여! 느릿느릿 追億을 실고 가거라
슬픔으로 通하는 모든 路線이
너의 등에는 地圖처럼 펼쳐 있다.
-전문, 『비판』 1938. 4.
▶ 오장환 시의 리듬이 지닌 특성(발췌)_ 장은석/ 문학평론가
'달리는 기차'와 '종점'의 상징은 「The Last Train」에서 최대로 촉발된다. 1연의 '너'가 가리키는 대상은 분명히 '비애'라는 하나의 관념이다. 따라서 1연의 '너'는 '님'과 같은 불분명한 사랑과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화자는 지금 '자발적'으로 죽음을 향해 汽笛을 울리며 돌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자꾸 '매연'과 같은 대상인 '비애'의 방해물들이 화자의 마음의 창을 흐리게 만든다. 압축되어 독립된 구절로 짧게 끊어지는 "비애야!"의 음성적 돌출과 그 배면의 여백 공간의 울림은 자신의 길을 가로막으며 자꾸만 달라붙는 방해물을 떨쳐버리고 싶은 의지가 실려 절실해진다.
'비애'는 떠나려 하는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과도 같다. 그것은 '나'의 용기를 갉아 먹어 '나'를 두려움에 떨며 머뭇거리게 만든다. 그런데 방해물에 휘둘리고 용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화자뿐 아니다. 개찰구에는 다른 청춘의 흔적이 찍힌 "못쓰는 차표"들이 흩어져 있다. 이때 '못쓰는 차표'는 이미 개찰구를 통과하여 즉 사용하여 '다시 쓸 수 없는' 차표와 머뭇거리다가 기한이 지났거나 버려져서 '못 쓰게 된' 차표와 두 가지 가능성을 지닌다. 그 의미는 3연에 이르러 완성된다.
3연에서 대합실에서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리며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3연은 복합적인 중층구조로 2연과 4연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화자와 그를 포함한 다른 청춘들의 운명을 연계시킨다. "누굴 기다리며"에서의 '누구'의 정체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누구'는 기다림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화자 또한 대합실에서 그 풍경을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화자와 같이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는 청춘의 표상이라고 통칭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바꿔 말하면 '누구'는 이들의 출발을 지연하고 이들의 의지를 머뭇거리게 하는 방해물과도 같다. 따라서 '비애'와 같은 어떤 대상도 '누구'에 포함될 수 있다. '비애'를 포함한 세상에 관한 온갖 미련과 아쉬움의 혼란은 떠나려는 이들을 자꾸 붙잡는다. (p. 시 31-32/ 론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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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0-겨울(76)호 <현대시에 나타난 리듬> 에서
* 장은석/ 문학평론가, 2009년 ⟪중앙일보⟫로 등단, 저서 『리드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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