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내부 식민지/ 박종인

검지 정숙자 2020. 11. 3. 01:24

 

 

    내부 식민지

 

    박종인

 

 

  아름다운 숲이었지 음지와 양지가 조화를 이룬 평화로워 보이는 숲 그 숲을 찾았다가 나는 혼란에 빠졌어 성선설과 성악설이 적용되는 숨 막히는 각박한 인간 세상이었거든, 오직 죽느냐 사느냐, 선택만 있었어 나의 모습일 수도 있어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어

 

  빽빽한 나무들이 빛을 찾아 안간힘 쓰고 가냘픈 나무가 큰 그늘에 치어 창백했어 옆을 칭칭 감고 목을 조르고 햇살 한 줌 구걸하려고 자리를 빼앗고 뿌리는 드러낸 노, 뿌리 잘린 놈이 이끼에 잠식당한 놈 평지도 있고 벼랑도 있었어 바람이 자는 곳 사나운 곳도 있었지

 

  인간의 삶을 닮은 살벌한 경쟁터, 탈출구가 없는 내부 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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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연극무대』에서/ 2020. 9. 16. <포지션> 펴냄

  * 박종인/ 전북 무주 출생, 2010년 『애지』로 등단,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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