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식민지
박종인
아름다운 숲이었지 음지와 양지가 조화를 이룬 평화로워 보이는 숲 그 숲을 찾았다가 나는 혼란에 빠졌어 성선설과 성악설이 적용되는 숨 막히는 각박한 인간 세상이었거든, 오직 죽느냐 사느냐, 선택만 있었어 나의 모습일 수도 있어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어
빽빽한 나무들이 빛을 찾아 안간힘 쓰고 가냘픈 나무가 큰 그늘에 치어 창백했어 옆을 칭칭 감고 목을 조르고 햇살 한 줌 구걸하려고 자리를 빼앗고 뿌리는 드러낸 노, 뿌리 잘린 놈이 이끼에 잠식당한 놈 평지도 있고 벼랑도 있었어 바람이 자는 곳 사나운 곳도 있었지
인간의 삶을 닮은 살벌한 경쟁터, 탈출구가 없는 내부 식민지
-------------------
* 시집 『연극무대』에서/ 2020. 9. 16. <포지션> 펴냄
* 박종인/ 전북 무주 출생, 2010년 『애지』로 등단,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엄마를 버리다 외 1편/ 박완호 (0) | 2020.11.07 |
|---|---|
| 토마토 베끼기/ 박완호 (0) | 2020.11.07 |
| 콜럼버스와 초승달/ 박종인 (0) | 2020.11.03 |
| 어미 외 1편/ 김지헌 (0) | 2020.11.01 |
| 뜨거운 발/ 김지헌 (0) | 2020.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