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 그 원인과 실상(발췌)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환경재앙의 첫 번째는 폭염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2018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이다.4) 그는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99℃에서는 잔잔하다가 1℃를 더하면 물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의 때)'에 도달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티핑 포인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급격한 기온상승이다.
필자가 강의할 때 지구 평균기온이 1℃만 상승해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고 하면 수강생들은 웃는다. '겨우 1℃ 상승 가지고'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구 역사에서 1℃의 전 지구 평균기온 변화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1815년 탐보라 화산이 폭발하면서 성층권까지 화산재가 치올려졌다. 화산재는 3년 동안 북반구 상공에 머물면서 태양빛 차단 효과인 우산효과를 가져왔다. 지구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북반구는 3년 동안 엄청난 재해를 입었다. 여름이 없는 북반구가 나타났는데, 여름에도 뉴욕에 눈이 내리고 추웠다. 식량 생산이 줄어들면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는 폭동이 잇따랐다. 세계 최초의 금융공황이 발생했다. 발진티푸스 등 전염병이 창궐했다. 평균기온이 겨우 1℃ 떨어졌는데 전 지구가 극심한 몸살을 앓은 것이다. 그런데 기후학자들이 티핑 포인트로 보는 기온상승은 2℃이다.
지금 지구는 예상보다 더 빨리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등의 2018년 연구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을 넘어서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더라도 인류가 '온실 지구'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라고 발표했다.5) 그런데 여기에서 한술 더 뜬 논문도 나왔다. 2018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등은 "2022년까지는 비정상적으로 더운 해가 될 것이다."6) 라고 주장했다. 그럼 그 이후에는 시원해지느냐고 묻지 않는 것이 좋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상상하기 어려운 폭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필자가 상상하기 힘든 폭염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인가 궁금할 것이다. 뉴욕주립대의 나심 탈레브 교수는 블랙스완(Black Swa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기후변화를 설명한다. 블랙스완은 검은 백조이다. 백조는 흰색으로 검은 백조는 없다. 그런데 단 한 번 18세기에 검은 백조가 나타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탈레브 교수는 블랙스완이라는 용어를 기후변화에 사용했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기후변화가 블랙스완 같은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인류가 경험해보지도, 보지도 못했던 최악의 기상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말이다. 2018년에 16명의 기후과학자가 발표한 '인류세 시대의 지구 시스템 궤도'에 의하면 2031~2080년 폭염 초과 사망률이 지역별로 최고 20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7) 미국 MIT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중국 베이징은 2070년이면 사람이 견딜 수 없는 기온이 된다."는 충격적인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8) "폭염에 대응하지 못하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15억 명 이상이 사는 남아시아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무더위가 발생할 것이다." 2019년 미국 메리마운트대학의 제러미 팔 교수의 연구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일까? 2018년 여름은 강렬한 태양빛이 대한민국을 삼켰다. 114년 만에 더위에 관한 모든 기상관측 기록을 뛰어넘었다. 최고기온이 열대기후로 간다는 41℃를 6곳이나 기록했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발생일수도 최장기간이었다. 온열질환으로 4000여 명이 쓰러졌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기후변화' 통계에 의하면 최근 30년간 기온은 20세기 초(1912~1941)보다 1.4℃ 상승하였다.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정도 높은 정말로 엄청난 기온상승 속도이다. 권원태 기후변화학회 명예회장은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초 · 늦여름인 5월이나 9월에도 40℃를 넘는 '폭염 폭탄'이 빈번히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라고 경고했다. 기상청과 국립 재난안전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 폭염은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본다. 2050년에는 폭염 일수가 최대 50일, 폭염 연속 일수가 무려 20.3일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이젠 우리나라도 사람이 살기 어려운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예상된다는 말이다. (p. 10~13)
4) https://news.joins.com/22455351.
5) Will Steffen, Johan Rockstrom 외 14명, Trajectories of the Earth System in the Anthropocen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icences of the United Statesof America(PNAS), 2018.
6) Florian Sevellec, Sybren S. Drijfhout, A novel probabilistic forecast system predicting anomalously warm 2018~2022 reinforcing the long-term global warming trend, Nature Communications, 2018.
7)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2&document_srl=17252&page=6.
8) https://www.segye.com/newsView/201808020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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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평론』 2020-여름호 <특집, 환경재앙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에서
*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연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궁군기상전대장, 한국기상학괴 부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강사 등 역임. 저서 『기후변화와 환경의 역습』 등 다수. 현재 기후산업연구소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대한의사협회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 민관협력 오픈데이터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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