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김명철_『현대시의 감상과 창작』(발췌)/ 이것도 없으면 가난하다는 말 : 이현승

검지 정숙자 2020. 5. 1. 03:15



    이것도 없으면 가난하다는 말


    이현승



  가족이라는 게 뭔가.

  젊은 시절 남편을 떠나보내고

  하나 있는 아들은 감옥으로 보내고

  할머니는 독방을 차고앉아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삼인 가족인 할머니네는 인생의 대부분을 따로 있고

  게다가 모두 만학도에 독방 차지다.


  하지만 깨칠 때까지 배우는 것이 삶이다.

  아들과 남편에게 편지를 쓸 계획이다.


  나이 육십에 그런 건 배워 뭐에 쓰려고 그러느냐고 묻자

  꿈조차 없다면 너무 가난한 것 같다고

  지그시 웃는다. 할머니의 말을

  절망조차 없다면 삶이 너무 초라한 것 같다로 듣는다.

     -전문-



   ▶ 감성적 감상(발췌)_ 김명철/ 시인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복 불능의 실패, 목숨만큼 소중한 어떤 가치의 상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이 우리를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절망의 상태로 몰고 간다. 시에서 할머니는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절망도 이런 절망이 없다. 그런데 할머니는 아들과 남편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꿈을 갖는다. 왜냐고 묻자, 할머니는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가난한 것 같다고 지그시 웃으면서 말한다. 삶은 절망의 연속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누가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그게 삶이니까, 라고 대잡해줄 수 없을까. 속으로는 울면서도 겉으로는 지그시 웃으면서.(p. 26-27)  


  -------------------

  · · · 12현대시의 감상과 창작에서/ 2020. 4. 17. <푸른사상사> 펴냄

 * 김명철金明哲/ 1963년 충북 옥천 출생, 2006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짧게, 카운터펀치』『바람의 기원』, 서울대학교 독문과 &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 화성 <시창작연구소> 대표, 現 화성 작가회의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