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가 읽은 나의 시

권성훈_ 경인일보[시인의 꽃]/ 할미꽃 :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0. 4. 30. 17:49

 

 

   

《경인일보》발행일 2020-4-28  제18면

 [시인의 꽃]할미꽃/ 권성훈(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할미꽃

 

    정숙자 (1952~)

 

 

  그 누가

  밉게 보았나

  저리도 다소곳이

  고운 여인을

   -전문,『감성채집기』, 1994. 한국문연

 

  ▣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눈에 보기 좋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우선 취하려고 하는 물욕으로 인해 생긴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도 사실상 그러한 것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산과 들에 있는 꽃들을 옮겨 심거나 개량한 것에 불과하다.

  4월과 5월에 개화하는 공경과 슬픈 기억, 전설 등의 꽃말을 가진 할미꽃은 그 이름 만큼이나 박대받은 불쌍한 꽃이 아닐 수 없다. 전해 내려오는 할미꽃에 얽힌 전설 또한 할머니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난 후 죽어서 피어난 슬픈 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인지 양지바른 무덤가 허리 굽어 피어나는 이 꽃은, 꽃대가 굽어서 할미꽃이 된 것이 아니라 꽃이 지고 나서 백발의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름과 유래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 이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누가/ 밉게 보았나"라는 새로운 자각과 "저리도 다소곳이/ 고운 여인을" 만날 수 있는, 인식의 반전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관습화된 것으로 오만과 편견이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이니, 이처럼 정보만으로 섣불리 판단한다는 것은, 불행히도 미적인 본질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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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일보/[시인의 꽃]할미꽃/ 발행일 2020-4-28 제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