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수를 위해 모인 마당
유계영
개들이 엎드려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둘 중 하나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너희를 일으켜 실컷 일하게 만들고 싶다
너희를 영원히 엎드리게 만들고 싶다
돌들 돌들
두 번 중얼거리면 반드시 굴러서 사라지려는 것이 있다
죽기 위한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라면 일 초도 모색해 본 적 없는
저 순진한 얼굴의
꽃들 꽃들
거의 나무가 될 뻔한 사람들과
이제 사람이 돼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나무들이 함께 앉아 있다
의자가 될 준비를 마친 것처럼
나의 등껍질은 왜 단단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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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파란』 2019-가을호 <poem/ 신작> 에서
*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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