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외 1편
권박
목요일마다 목이 없는 비둘기가 발견되었지.
피로 목욕하면 당신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 짓이었지.
"목을 주목해서 보는 습관이 생긴 건 언제부터일까?"
"목요일의 사람은 떠나는 사람이라는 속설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여자는 마지막인 듯 "왜 목요일에 발견되는 비둘기는 목이 없을까?"
없는 목은 있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 나는 없는 목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흉부를 꺼내지. 흉부는 장미를 꺼내고, 장미는 비둘기를 꺼내고, 비둘기는 소란을 꺼내고, 소란은 목을 꺼내고, 꺼낼 때마다 밤은 짧아지고.
없는 목은 "나는, 장미가 될 수 없는 거울이고, 거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장미"라고 말하지. 거울은 "잎과 가시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장미"라고 말하고, 장미는 "예쁘기도 하고 시들어 버리기도 하는 거울"이라고 말하지. 거울을 깨뜨려도 장미의 목은 눅눅해지지 않지만 비가 내린다면 거울은 녹슬어 버리지. 잎과 가시 둘 중 하나가 없어도 장미는 장미가 될 수 있지만 목이 없다면 내 얼굴은 내 얼굴이 될 수 없지. 나는 나이고 언제나 나이지만 항상 같은 나는 아니니까.
언제나 제자리에 있었던 목.
늘 찾지 못하는 얼굴.
없는 목을 꺼내는 모자는 목의 사연은 감추어 주었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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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내 한쪽은 네 목을 졸라 죽이고 싶어 하고 또 한쪽은 내 목을 졸라 죽이고 싶어 한다. 내 한쪽은 목소리의 방향을 길처럼 따라가고 또 한쪽은 독사를 너무 긴 목이라고 우긴다. 다르게 말하면, 내 한쪽은 네 목을 그대로 두고 보겠다고 하고 또 한쪽은 네 목을 수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강박증의 한쪽은 무관심이라면 또 한쪽은 이빨이다. 반신반인이면서 반신불수인 강박증아, 증세가 심해지면 목구멍 안에 쓰레기를 채워 넣거나 목젖을 믹서에 갈아 버릴 수도 있겠지? 목이 몸의 전부라는 믿음이 너의 전부이니까.
목에 두 개의 거짓말과 세 개의 우울과 바람을 넣자. 거짓과 우울과 바람이 늘어나자. 찢어지자.
찢어진 목에 찢어진 목을 담으면
나는 네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차라리 목을 베자."는 네 말에 나는 "내 한쪽은 네 목에 얼굴을 비비고 싶다고 하고 또 한쪽은 네 목에 손톱을 박고 싶어 해." 라고 말했다. "한 번 더 목을 붙여 보자."는 내 말에 너는 "몇 번이나 목을 다시 붙인다고 하더라도 다시 조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순간에도 나는 네 목소리의 굵기와 목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탐색한다네. 그렇게 해서 내가 만나는 것이 튀폰보다 더 모양새가 복잡하고 사나운 짐승이건, 아니면 본성적으로 신적이고 온순한 천분을 타고난 단순한 생물이건 간에,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사유하는 나라네."(플라톤, 조대호 옮김, 『파이드로스』, 문예출판사, 2008. 18쪽) 인간은 나 자신을 탐색하는 존재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만나는 것이 튀폰보다 사나운 짐승이든 더 순하고 온순한 천분을 타고난 단순한 생물이든 간에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사유하는 나다. 자기 자신을 사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짐승과 구별된다. 그런제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을 "사나운 짐승" 혹은 "단순한 생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유하는 나의 행위가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향한 우월감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여선 안 된다. 나 이외의 다른 존재들을 사납거나 무지한 짐승과도 같은 야만인이나 경계해야 할 이방인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은 괴물이 된다.(p-174.)
시인의 살겠다는 희망도 죽겠다는 희망도 아무것도 아닌 지점에 이르러서도 그것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시인이 골몰하는 상관관계는, 죽지 못하는 나와 살지 못하는 나라는 딱한 두 개의 자아와, 그 자아가 살고 있는 이곳의 세상에 대한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살겠다는 희망도, 죽겠다는 절망도 아무것도 아닌 지점을 향해야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이 숙명적 업원을 짊어지고 한 평생을 내리 번민해야 하는 시인의 삶이다. 이상이 형상 없는 모던 보이가 되었듯이, 시인은 몇 번이고 나를 버리기를 반복하며 '뒤통수가 없는 괴물'이 된다.(p.181-182.) (전영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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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에서/ 2019. 12. 17. <민음사> 펴냄
* 권박/ 1983년 포항 출생, 2012년『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