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허黃河와 등용문登龍門
김사연/ 수필가
황허강에서 이뤄진 황허 문명은 인더스강의 인더스 문명,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더불어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이다.
황허강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는 쌓이고 쌓여 화베이평야의 대부분을 형성했다. 황토 고원지대에서 흘러온 진흙의 농도는 '물 한 말에 진흙 여섯 되'라고 할 정도로 유수流水 중에 포함된 진흙의 양이 많아서 1년에 13억 8,000만 톤의 진흙이 하류로 운반되고 있다. 토사 함유량으로는 세계 제일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황허는 칭하이성 내 야허라다허쩌산 5,442미터 정상에서 발원해 곡선을 그리며 굽이굽이 휘돌고 있다. 그 물줄기는 5,464킬로미터에 이르며 장마로 범람한 듯 흙탕물 천지여서 여기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황토 고원지대에서 흘러온 진흙의 농도는 물 한 말에 진흙 여섯 되라고 할 정도로 탁하다. 1955년 중국 정부는 황허의 수해를 근절하기 위해 강 중류에 계단식 댐을 건설하고 황토의 유실을 막아 물을 맑게 하는 대공사를 착공했다. 요즘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두고 시끄럽지만, 중국은 1기 공사만으로도 50년 이상이 소요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는 황허 치수治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순堯舜 시절 태평성대에도 홍수로 인한 범람과 가뭄이 심해 물을 다스리지 못한 곤鯤은 죽임을 당했다. 그의 위업을 물려받은 아들 우禹는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13년간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고생한 덕분에 치수에 성공해 하夏나라의 왕으로 등극했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황허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 왕이라 하여 '대우大禹'라 칭한다.
황허의 상류에는 용문龍門 협곡이 있다. 강줄기가 산서성 용문(지금의 한청漢城)에 이르러 산세 막혀 범람하자 우禹가 도끼로 내리쳐 좁은 통로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즉 우가 물길을 텄다 하여 이 지역은 현재도 우문구禹門口라는 지명으로 불린다.
이곳은 장구처럼 가운데는 폭이 좁고 양쪽은 넓은 상류와 하류가 흘러 병목 현상을 일으키므로 물살이 거세다. 그 물줄기가 너무 세차 이를 헤치고 하류에서 상류의 용문을 향해 거꾸로 올라올 수 있는 잉어는 드물었다. 해서 어렵게 성공해 올라온 잉어는 용으로 승천했고 실패한 무리는 평범한 물고기가 되었다 하여 등용문이란 말이 생겼다.지금도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거나 출세를 하면 등용문에 오른다고 칭송한다. 용문의 주민들은 용이 된 잉어가 다름 아닌 이 지역 출신인 사마천司馬遷이라고 여긴다.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은 공자가 『춘추春秋』를 남겼듯이 불후의 역사서를 남기고픈 욕망에 열심히 학문을 닦았고 사마천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물려받았다. 그가 36세에서 56세까지 20년간 쓴 『사기史記』에는 중국 고대 신화부터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 중국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 그가 살던 한漢 무제武帝 시대까지의 인물들을 기술했다. 사마천이 사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1만 권의 책을 읽고讀萬卷書 만릿길을 여행하며行萬里路 자료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사마천 사당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사필소세史筆昭世란 패방이 보인다. 이는 '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는 뜻이다. 사마천의 사당에는 사성천추史聖千秋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역사학의 성인聖人으로 천년을 누릴 만한 영웅'이란 뜻이다. 그를 가리키는 또 다른 사자성어는 '인욕부중忍辱負重'이 있다. 치욕을 참고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끝까지 진다는 뜻이다.
사마천은 무제의 명령을 받아 흉노를 정벌하러 전쟁터에 나갔다가 패해 포로가 된 이릉 장수의 참수를 반대했다가 황제으 미움을 사 사형을 당하게 된다. 사형을 면하는 길은 50만 전이라는 거금을 내거나 고환과 성기를 잘라 궁형宮刑을 당하는 것이다.
미완성 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살아야만 했던 그는 목숨값을 치를 돈이 없어 결국 굴욕적인 궁형을 택했고 그 치욕을 참고 끝내 주어진 책임을 완수했다. 그러나 위대한 명성과 달리 사당 뒤에 있는 둥근 석탑묘에는 정작 사마천의 시신이 없다.
인생의 무상함에 고개를 하늘로 향한다. 때마침 묘지 위 창공에 떠 있는 조각구름이 저 건너 유유히 흐르고 있는 황허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사마천의 외로운 혼백이 구름으로 환생한 모습이다.
어머니의 강이라 불리는 황허는 등용문을 낳고 중국의 역사는 등용문의 주인공 사마천을 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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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 2019-10월호 <수필>에서
* 김사연/ 1991년『월간문학』으로 수필 부문 등단, 수필집『그거 주세요』『펜은 칼보다 강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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