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고등어/ 석민재

검지 정숙자 2019. 10. 1. 17:05

 

 

    고등어

 

    석민재

 

 

  수족관 앞에서 만납시다

 

  방임이면 방임 방관이면 방관

 

  우리한테 오늘 내일이 어디 있었다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

  일관성 있는 고등어가 딱 좋아요

 

  죽는 줄도 모르고 뱅뱅 돌다 왔지요

 

  일란성 이란성 한 박자 두 박자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김삿갓도 모르면서 죽죽 족족 괜찮아요

  괜찮지요 괜찮아야 하지요

 

  가죽 가족 공동 회장 반항과 방향에 대하여

  향후와 대책에 관하여

 

  가정假定을 해 봐도  등, 등, 등

 

  살아 있는 것은 절대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등이 푸른 것은 몸부림치고 살아온 증거입니다

 

  등이 시려도 만세 삼창이나 할까요

 

  사람 말고 상황 믿으라고 또 뱅뱅 돌려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라는데

 

  우리는 고등어 먹을 이유도  모르고 먹고요

  고등어는 빙빙 돌 이유도  모르고 돌고요

 

  두툼하네요, 긴장하니까 기침하잖아요

 

  기척이나 눈물 없이 어떻게 희망해요

  모가지를 잘라 버리니 놀랄 일도 없지요 더 이상 놀릴 게 없고요

 

  어쨌든 그래요, 만납시다, 그럽시다

    -전문-

 

   *  차죽피죽화거죽此竹披竹化去竹 풍타지죽랑타죽風打之竹浪打竹: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김병연(김삿갓)의 「죽시죽竹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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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에서/ 2019. 9. 20. <파란> 펴냄

  * 석민재/ 1975년 경남 하동출생, 2015년 『시와사상』으로 & 2017년 『세계일보』로 시 부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