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석민재
수족관 앞에서 만납시다
방임이면 방임 방관이면 방관
우리한테 오늘 내일이 어디 있었다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
일관성 있는 고등어가 딱 좋아요
죽는 줄도 모르고 뱅뱅 돌다 왔지요
일란성 이란성 한 박자 두 박자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김삿갓도 모르면서 죽죽 족족 괜찮아요
괜찮지요 괜찮아야 하지요
가죽 가족 공동 회장 반항과 방향에 대하여
향후와 대책에 관하여
가정假定을 해 봐도 등, 등, 등
살아 있는 것은 절대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등이 푸른 것은 몸부림치고 살아온 증거입니다
등이 시려도 만세 삼창이나 할까요
사람 말고 상황 믿으라고 또 뱅뱅 돌려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라는데
우리는 고등어 먹을 이유도 모르고 먹고요
고등어는 빙빙 돌 이유도 모르고 돌고요
두툼하네요, 긴장하니까 기침하잖아요
기척이나 눈물 없이 어떻게 희망해요
모가지를 잘라 버리니 놀랄 일도 없지요 더 이상 놀릴 게 없고요
어쨌든 그래요, 만납시다, 그럽시다
-전문-
* 차죽피죽화거죽此竹披竹化去竹 풍타지죽랑타죽風打之竹浪打竹: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김병연(김삿갓)의 「죽시죽竹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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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에서/ 2019. 9. 20. <파란> 펴냄
* 석민재/ 1975년 경남 하동출생, 2015년 『시와사상』으로 & 2017년 『세계일보』로 시 부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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